[올림픽 장비 탐구4] 스웨덴 ‘트룰스 뫼레고르’ 장비 리뷰
세계 랭킹 상위권을 오가는 스웨덴의 천재 탁구 선수 트룰스 모레가드. 저는 그가 사용하는 독특한 육각형 라켓과 초고경도 러버를 직접 구매해 사용해봤습니다. 일반적인 원형 라켓과는 완전히 다른 각진 디자인의 스티가 사이버셰이프 카bon 블레이드, 그리고 55도라는 극단적인 경도를 자랑하는 DNA 플래티넘 XH 러버. 과연 이 조합이 아마추어 동호인에게도 실용적일지, 아니면 최상위 선수만을 위한 장비인지 솔직하게 풀어보려 합니다.
각진 라켓의 실체: 스티가 사이버셰이프 카본의 설계 원리
처음 라켓을 택배로 받아 개봉했을 때, 육각형 모양의 블레이드를 보며 "이게 정말 실전에서 쓸 만할까?"라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쥐어보니 예상과 달리 그립감은 일반 라켓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무게 중심이 라켓 헤드 쪽으로 살짝 쏠려 있어서, 스윙 시 원심력을 활용해 강하게 타구하기 좋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스티가 측의 공식 자료에 따르면, 엘리트 선수들은 라켓의 상단 절반을 집중적으로 사용한다고 합니다. 사이버셰이프는 테이블에 닿을 위험이 있는 하단 면적을 줄이고 상단 면적을 넓혀, 기존 라켓 대비 최적 타구 면적(스윗스팟)을 약 11% 증가시켰다고 밝혔습니다(출처: 스티가 공식 홈페이지). 여기서 스윗스팟이란 공을 가장 정확하고 강하게 칠 수 있는 라켓 표면의 최적 지점을 뜻합니다. 이 부분에 공이 맞으면 파워 손실 없이 묵직하고 강하게 뻗어나가는 타구를 낼 수 있습니다.
제가 가장 크게 체감한 부분도 바로 이 스윗스팟의 위치였습니다. 일반적인 둥근 라켓보다 상단부가 넓어서, 라켓 끝부분에 공이 맞았을 때도 파워 손실이 거의 없었습니다. 모레가드가 왜 그렇게 라켓 끝을 활용한 찹 블록(Chop block)이나 변칙적인 펀치를 자신 있게 구사하는지 이해가 갔습니다. 찹 블록이란 상대방의 강한 탑스핀 공격을 역회전으로 짧게 끊어내는 기술로, 흐름을 단숨에 바꿀 수 있는 고난도 수비 기술입니다.
또한 이 블레이드에는 CCF(Close Core Fiber) 기술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카본 층을 표층이 아닌 나무 코어 바로 위에 배치한 것인데, 이는 카bon 특유의 강력한 반발력을 내면서도 목판 본연의 부드러운 감각을 잃지 않게 해줍니다. 덕분에 강공을 날릴 때는 탄성이 살아있으면서도, 네트 플레이나 스톱 같은 섬세한 터치가 필요한 순간에는 공의 느낌이 손에 전달됩니다.
트룰스 모레가드 에디션에는 CWT(Custom Weight Technology)라는 무게 추 시스템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라켓 그립 하단에 3g, 6g, 9g의 무게 추를 삽입할 수 있어, 선수가 자신의 컨디션이나 전술에 맞춰 미세한 무게 중심을 직접 조절할 수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6g 추를 끼워서 사용했는데, 이 정도면 스윙 속도와 안정감의 균형이 적절하게 맞춰지는 느낌이었습니다.
55도 초고경도 러버의 양날의 검: DNA 플래티넘 XH 실사용 후기
스티가 DNA 플래티넘 XH(또는 헬릭스 플래티넘 55) 러버는 55도라는 초고경도 스펀지를 사용합니다. 55도라는 수치는 현존하는 탁구 러버 중에서도 매우 단단한 축에 속하며, 이 러버는 공을 부드럽게 감싸 안기보다는 맞자마자 즉각적으로 튕겨내는 직관적이고 직선적인 반발력을 냅니다. 여기서 고경도란 러버 스펀지의 단단한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숫자가 높을수록 스펀지가 단단하고 반발력이 강해집니다.
솔직히 말하면, 55도의 엑스트라 하드(Extra Hard) 스펀지 러버는 확실히 다루기 까다로웠습니다. 스윙 스피드가 빠르지 않거나 임팩트가 정확하지 않으면, 공이 러버에 깊숙이 묻히지 못하고 네트에 처박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히 초반 적응 기간 동안 백핸드 드라이브를 시도할 때마다 공이 네트를 넘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어 상당히 당황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완벽한 임팩트가 들어가는 순간, 폭발적인 스피드와 회전량으로 상대방 코트에 꽂히는 쾌감은 정말 엄청났습니다. 공을 때리는 순간 '탁' 하는 청량한 타구음과 함께 공이 일직선으로 뻗어나가는 느낌은, 일반 러버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경험이었습니다. 이 러버의 성능을 100% 끌어내기 위해서는 선수의 강력한 근력과 찰나의 순간에 힘을 싣는 스윙 스피드가 필수적입니다.
제 경험상 이 러버는 다음과 같은 선수에게 적합하다고 판단됩니다:
- 전진 자세에서 공격적인 플레이를 즐기는 상급자
- 정확한 임팩트와 빠른 스윙 스피드를 갖춘 선수
- 변칙적인 리듬 변화와 코스 공략을 주무기로 삼는 플레이어
- 테이블 가까이에서 빠른 공수 전환을 구사하는 스타일
반대로 초보자나 임팩트가 약한 동호인이라면, 이 러버는 오히려 실수를 양산하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처음 2주 동안은 컨트롤 미스가 잦아서 "이 돈 주고 이걸 샀나" 하는 후회가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적응 기간을 거치고 나니, 이 러버가 왜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이 선택하는 장비인지 확실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트룰스 모레가드의 전략과 장비의 상관관계
트룰스 모레가드는 단순히 힘으로 밀어붙이는 선수가 아닙니다. 그는 백 촙(back chop), 백 푸시(back push) 같은 클래식한 기술들을 현대 탁구에 되살려내며, 예상할 수 없는 리듬 변화로 상대를 교란시키는 전략가입니다. 그의 플레이 스타일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정석이며, 이는 그가 사용하는 장비의 특성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육각형 블레이드가 제공하는 넓은 스윗스팟은 라켓 끝부분을 활용한 변칙적인 플레이를 가능하게 합니다. 일반 라켓이라면 파워가 손실되었을 위치에서도, 사이버셰이프는 묵직한 타구를 보장합니다. 여기에 55도 고경도 러버의 즉각적인 반발력이 더해지면, 상대가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에 강력한 공격을 꽂아 넣을 수 있습니다.
제가 실전에서 이 조합을 사용하며 가장 효과적이었던 순간은, 상대방의 강한 탑스핀을 백 촙으로 짧게 끊어냈을 때였습니다. 일반 러버였다면 공이 길게 뜨거나 네트에 걸렸을 타이밍에, DNA 플래티넘 XH는 정확히 상대 테이블 짧은 곳에 떨어지며 상대의 공격 타이밍을 완전히 무너뜨렸습니다. 이런 순간들이 누적되면서, 왜 모레가드가 세계 랭킹 상위권 선수들을 상대로도 이 장비로 승부를 걸 수 있는지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국제탁구연맹(ITTF) 공식 자료에 따르면, 현대 탁구는 점점 더 빠르고 공격적인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출처: ITTF 공식 홈페이지). 이런 추세 속에서 모레가드의 장비 선택은 단순히 개인 취향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을 정확히 읽은 전략적 판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는 최신 기술과 클래식한 기술을 융합하며, 상대가 적응하기 어려운 독특한 플레이 스타일을 구축했습니다.
다만 이 장비 조합은 철저히 최상위 클래스 공격수를 위한 세팅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아마추어 동호인이 사용하기에는 분명 진입 장벽이 높습니다. 하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기술과 체력을 갖춘 선수라면, 이 장비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플레이 영역을 열어줄 것입니다. 저 역시 적응 기간 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지금은 이 조합이 제 플레이 스타일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트룰스 모레가드의 장비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그의 철학과 전략이 물리적으로 구현된 결과물입니다. 정확한 임팩트와 창의적인 전술을 갖춘 선수에게 이 조합은 가장 파괴적인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기존 장비의 한계를 느끼고 새로운 도전을 원한다면, 충분한 연습 시간을 투자할 각오를 하고 이 장비를 시도해보길 권합니다. 분명 쉽지 않은 여정이 될 것이지만, 그만큼 얻어가는 것도 클 것이라 확신합니다.
--- 참고:https://www.youtube.com/watch?v=g82hcLRO4Kg
https://www.stiga.com
https://www.ittf.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