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장비 탐구3] 세계랭킹1위 탁구선수 '왕추친'의 라켓 분석

솔직히 저는 세계 랭킹 1위 선수가 쓰는 장비를 그대로 따라 써본다고 해서 실력이 올라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왕추친(Wang Chuqin)이 사용하는 DHS 허리케인 킹 라켓과 네오 허리케인 3 러버 조합을 직접 세팅해서 쳐보니, 제가 몰랐던 장비의 특성과 제 스윙의 문제점이 동시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중국 국가대표 선수들이 왜 자국 브랜드 장비를 고집하는지, 그리고 그 장비가 왜 일반인에게는 '독'이 될 수 있는지 제 경험을 바탕으로 풀어보겠습니다.

왕추친 라켓 허리케인 킹의 반발력 특성

왕추친이 사용하는 라켓은 DHS 허리케인 킹(특주 버전 Q968)입니다. 이 라켓은 이너 카본(Inner Carbon) 구조로 제작되었는데, 이너 카본이란 라켓의 나무 합판 내부에 카본 층을 삽입한 방식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겉으로는 나무 라켓처럼 보이지만 속에 카본이 숨어 있어서, 약하게 칠 때는 부드럽고 강하게 칠 때는 카본의 반발력이 터져 나오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실제로 사용해보니 이 라켓은 다루기 쉬운 라켓이 절대 아니었습니다. 반발력이 선형적이지 않아서 초보자가 쓰면 공이 죽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약한 터치나 리시브에서는 일반 나무 라켓보다 오히려 둔한 느낌이 들었고, 이 때문에 처음에는 '이게 왜 좋다는 거지?' 하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정확한 스윙 궤적으로 강하게 쳐보니 상대방이 받기 까다로운 묵직한 구질이 만들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국제탁구연盟(ITTF)의 라켓 규정에 따르면(출처: ITTF 공식 사이트) 라켓 블레이드의 85% 이상은 천연 목재여야 하며, 카본 등 보강재는 전체 두께의 7.5% 이하로 제한됩니다. 허리케인 킹은 이 규정 안에서 최대한 카본의 효과를 끌어낸 라켓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런 비선형적 반발력은 숙련자에게는 무기지만, 일반인에게는 컨트롤 난이도를 크게 높이는 요소입니다.

네오 허리케인 3 전면 러버, 회전은 최고지만

왕추친의 전면(포핸드)에 붙어 있는 러버는 DHS 네오 허리케인 3 국광 블루 스펀지입니다. 이 러버는 일반적인 독일제나 일본제 텐션 러버(Tension Rubber)와는 완전히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텐션 러버란 스펀지와 고무 시트 자체에 장력을 가해 제작한 러버로, 공을 쳤을 때 알아서 튀어나가는 느낌이 강한 반면, 중국식 점착성 러버는 반발력이 거의 없고 공이 러버에 '쩍' 하고 달라붙는 느낌이 강합니다.

제가 이 러버를 처음 써봤을 때 가장 놀란 부분은 서비스와 커트에서의 회전량이었습니다. 독보적이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을 정도로 공이 급회전하면서 나갔고, 특히 왕추친처럼 앞에서 빠르게 채는 치키타(Chiquita) 기술이나 카운터 드라이브 시 공이 테이블에서 급격히 떨어졌다가 튀어 오르는 불규칙한 바운드를 만들어냈습니다. 이런 구질은 상대방 입장에서 타이밍을 잡기 매우 어렵게 만듭니다.

하지만 치명적인 단점도 분명했습니다. 이 러버는 본인의 힘으로 공을 끝까지 긁어줘야 하는데, '부스팅(Boosting)' 작업 없이는 일반인이 성능을 100% 끌어내기 매우 힘든 하드한 러버입니다. 부스팅이란 러버 스펀지에 특수 오일을 먹여 부드럽게 만드는 작업을 뜻하는데, 이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러버가 너무 딱딱해서 공이 제대로 걸리지 않습니다. 제 경험상 이 러버를 부스팅 없이 쓰는 것은 고급 승용차를 경유로 돌리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1. 서비스와 커트에서 최상급 회전량 제공
  2. 치키타, 카운터 드라이브에서 불규칙한 바운드 생성
  3. 부스팅 없이는 성능 발휘 제한적
  4. 본인이 직접 스윙으로 공을 만들어야 하는 고난이도

후면 러버 오렌지 스펀지, 백핸드 안정성의 비밀

왕추친의 백핸드에는 같은 네오 허리케인 3 국광이지만 오렌지(또는 레드) 스펀지 버전이 붙어 있습니다. 전면 블루 스펀지보다 부드러운 오렌지 스펀지를 사용한 이유는 백핸드에서의 안정성과 연결력을 높이기 위함입니다. 백핸드는 포핸드와 달리 가까운 거리에서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지나치게 딱딱한 러버보다는 약간 부드러운 러버가 유리합니다.

제가 백핸드 드라이브를 쳐보니 공을 잡아주는 시간이 길어서 코스 공략이 매우 정교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게 바로 왕추친의 백핸드가 세계 최강인 이유 중 하나입니다. 텐션 러버처럼 알아서 튀어나가지 않기 때문에, 본인이 직접 스윙으로 공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는 곧 상대의 강력한 회전을 본인의 기술로 억제하고 되받아치기에 최적화되어 있음을 뜻하는데, 생활탁구인이 다루기에는 매우 어려운 러버인 것도 사실입니다.

허리 사용이 핵심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제 경험상 이 러버를 제대로 쓰려면 허리보다 손목 사용법을 먼저 익혀야 합니다. 임팩트 순간에는 손목을 고정해야 하지만, 백스윙 중에는 손목을 안쪽으로 굽혀서 공을 감아 올리는 느낌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런 섬세한 손목 컨트롤이 없으면 공이 제대로 걸리지 않고 그냥 밀려나가기 때문에, 초보자가 이 러버로 백핸드를 배우는 것은 권장하지 않습니다.

결국 왕추친의 라켓 세팅은 세계 최정상급 선수에게 최적화된 장비이지, 일반인이 그대로 따라 쓰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이 장비를 경험해보면서 '정확한 스윙 궤적'과 '회전 만들기'의 중요성을 몸소 깨달았습니다. 만약 중급 이상의 실력을 갖추고 있고, 부스팅 작업에 대한 이해가 있으며, 본인의 스윙 폼이 어느 정도 완성되어 있다면 한 번쯤 도전해볼 만한 세팅입니다. 다만 초보자라면 일반 텐션 러버로 기본기를 다진 후 시도하시길 권장합니다.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zRZY1ArgZL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