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장비 탐구2] '삐약이' 신유빈 선수 라켓 분석

신유빈 선수가 쓰는 것으로 유명한 마롱 라켓에 전면 허리케인, 후면 05 하드 조합을 직접 써봤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이 세팅은 탁구인들 사이에서 '최상위 로망'으로 통하는데, 실제로 써보니 생각보다 훨씬 까다로웠습니다. 엘리트 출신이 아닌 제가 이 장비를 제대로 다루기엔 분명한 한계가 있었고, 그 과정에서 느낀 솔직한 경험을 공유하려 합니다.

마롱 라켓(W968)과 허리케인 조합의 실체

마롱 라켓은 정확히는 버터플라이의 'W968' 모델을 말합니다. 이 라켓은 이너 카본(Inner Carbon) 구조로 설계되어 있는데, 이너 카본이란 나무 합판 사이에 카본 소재를 삽입해 탄성과 컨트롤을 동시에 잡은 구조를 뜻합니다. 제가 전면에 붙인 허리케인은 중국산 점착 러버(Tacky Rubber)로, 러버 표면에 끈적한 접착력이 있어 공을 잡아주는 마찰력이 뛰어난 게 특징입니다.

포핸드 드라이브를 처음 날려봤을 때 느낌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어? 공이 왜 이렇게 안 나가지?" 싶을 정도로 먹먹한 타구감이 손목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하체를 제대로 쓰고, 체중 이동과 함께 공을 두껍게 '채어주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중국 점착 러버 특유의 쩍쩍 붙는 마찰력이 공을 꽉 잡아주고, W968의 이너 카본이 활처럼 휘었다가 튕겨주면서 바닥에 뚝 떨어지는 지저분하고 묵직한 구질이 완성됩니다.

일반적으로 "점착 러버는 파워가 좋다"라고 알려져 있는데, 제 경험상 이건 절반만 맞는 말입니다. 정확히는 '사용자가 힘을 쓴 만큼' 파워가 나오는 구조라고 보는 게 맞습니다. 상대방의 라켓을 맞고 튕겨 나갈 정도로 압도적인 회전량을 만들어낼 수 있지만, 그러려면 스윙 스피드와 임팩트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제가 한두 번 정도는 제대로 된 구질을 만들어냈지만, 연속으로 같은 퀄리티를 유지하는 건 불가능했습니다.

후면 05 하드의 날카로운 백핸드 감각

백핸드로 전환하면 느낌이 확 달라집니다. 05 하드는 '테너지 05 하드'를 포함한 고경도(高硬度) 텐션 러버를 의미하는데, 여기서 고경도란 러버의 스펀지가 단단하게 압축되어 있어 반발력이 즉각적으로 튀어나오는 성질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공을 맞는 순간 러버가 공을 품지 않고 바로 튕겨내는 느낌입니다.

상대방의 회전을 덜 타면서도, 백핸드 쇼트나 펀치를 날릴 때 흔들림 없이 단단한 벽을 세운 듯한 안정감을 줍니다. 손목을 짧고 강하게 써서 백핸드 드라이브를 걸면, 공이 포물선을 그리기보다는 직선적이고 아주 날카롭게 네트를 스치듯 뻗어 나갑니다. 제가 평소 쓰던 중경도 러버와 비교하면 타구 시 '뚝' 끊기는 느낌이 확실히 달랐습니다.

다만 이 조합을 쓰면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전면과 후면 모두 스펀지 경도가 높다 보니 스윙이 조금만 얇게 빗맞아도 공이 그대로 네트로 직행한다는 점입니다. 이른바 '죽는 공'이 자주 나왔습니다. 러버가 단단하면 공을 품어주지 못하기 때문에, 사용자의 정확한 스윙 궤도가 필수적입니다. 이 부분은 국제탁구연盟(ITTF)에서도 고경도 러버 사용 시 주의사항으로 자주 언급되는 부분입니다.

생활체육 탁구인에게 맞는 세팅인가?

솔직히 이 세팅은 엘리트 선수에게는 최적의 무기지만, 저처럼 생활체육 탁구를 즐기는 사람에게는 무리한 조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제가 실제로 써보니 이 장비의 성능을 100% 끌어내려면 빠르고 정확한 스윙 스피드와 강한 체중 이동이 필수적이었습니다.

아우터 카본 라켓과 무른 러버의 조합은 가볍게 쳐도 공이 잘 날아가지만, 이 세팅은 사용자가 직접 1부터 10까지 힘을 실어주어야만 공이 위력적으로 뻗어나갑니다. 경기 후반부에 체력이 떨어져 스윙 스피드가 느려지면 급격하게 공의 위력이 반감되는 단점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다음은 제가 경험한 구체적인 문제점입니다.

  1. 스윙이 얇게 맞으면 공이 네트에 걸리는 빈도가 높아짐
  2. 체력 소모가 커서 후반부에 구질 퀄리티가 급격히 떨어짐
  3. 연속적으로 같은 수준의 타구를 유지하기 어려움
  4. 전면·후면 모두 고경도라 실수 허용 범위가 좁음

"마롱 라켓은 안정성이 좋다"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이 부분이 러버 선택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고 봅니다. 같은 라켓이라도 중경도 러버를 붙이면 이야기가 다를 수 있지만, 전후면 모두 하드 스펀지로 세팅하면 오히려 불안정해지는 구간이 생깁니다. 일반적으로 "좋은 장비를 쓰면 실력이 올라간다"라고 알려져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장비가 사용자의 기본기를 보완해주지는 못한다는 걸 절실히 느꼈습니다.

만약 저처럼 엘리트 출신이 아닌 생활체육 탁구인이라면, 전면에는 중국 중경도 점착 러버, 후면에는 일본산 중경도 텐션 러버 조합을 먼저 시도해보길 권합니다. 실력이 충분히 쌓인 뒤 이 '로망의 세팅'에 도전해도 늦지 않다는 게 제 솔직한 생각입니다. 장비는 결국 도구일 뿐, 기본기가 탄탄해야 어떤 세팅도 소화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qJ-U9z7UI2g